MUSICAL MAGAZINE

ISSUE NO.1 뮤지컬 <빨래> _ "우리들의 삶의 위로 그리고 안부를 건네는 작품이기를 바래요 " 추민주 연출

보드빌 2023. 8.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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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코 '빨래'라고 대답하는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창작 작품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수출되고 있지만, 온전히 우리들의 이야기로 쓰여진 공연이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까지 진출해 성공적으로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작품은 빨래가 유일하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의 여파로 순항을 이어가던 빨래도 잠시 멈춰야했지만, 이내 훌훌 털어내고 다시 관객들을 웃고 울게하며 관객들의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빨래의 시작은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5년 뮤지컬 빨래는 '국립극장 이성공감 2005'에서 당선되어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데뷔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그 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극본 / 작사상'을 수상하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지만 2006년 상명아트홀에서 6개월 공연을 목표로 시작한 공연은 3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지금이야 다수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지만, 그 시절의 빨래는 그렇지 못했다.

 

잠깐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빨래>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결국 한국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중국와 일본에 진출했고,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거쳐갔으며 너무나 많은 기록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18년이 넘는 세월동안 관객들과 가장 가까이서 그들에게 안부를 건네고, 그들을 위로하며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세상의 질서 혹은 순리를 깨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당신의 작품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건네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제 제법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날 밤. 치열하게 대본을 수정하고 있던 그 시절의 추민주 연출을 만났다. 

 

 

이하 내용은 추민주 연출의 실제 인터뷰 내용들을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VAUDEVILLE (이하 V) : 반갑습니다. 저희는 2023년에 창간한 뮤지컬 매거진 보드빌(VAUDEVILLE)입니다. 빨래라는 작품이 성공적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례적으로 데뷔 첫 해에 '극본/작사상'까지 수상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계실텐데요. 요새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추민주 연출 (이하 추) : 안녕하세요. 2023년이라는 먼 미래에서 저를 찾아주셨다는 점에 우선 감사합니다. 이제 막 졸업한 신인 연출가에게 꿈같은 인터뷰 기회가 주어졌다는게 너무 놀라워서 사실 장난인 줄 알았네요.(웃음)

 

저는 최근 상명아트홀에서의 뮤지컬 '빨래'의 공연을 마치고 지금은 대본을 수정 중에 있습니다. 계획했던 것보다 공연이 조금 빨리 끝나게 되어 아쉽지만, 조금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열심히 대본을 고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공연이 1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이었는데 관객들과 조금 더 밀접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이야기를 덧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함께 공연을 만들었던 민찬홍 작곡가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덧붙여진 이야기에 아주 좋은 멜로디들을 붙여주고 있구요. 아마 최종적으로 완성이 된다면 약 3시간 정도되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조금 더 완성도 높고, 관객분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으로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매일 매일을 <빨래>라는 작품과 엎치락 뒤치락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고 있습니다.

 

V : <빨래>라는 작품은 사실 굉장히 오랜시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2023년에도 말이죠. 오랜시간 하나의 이야기가 꾸준히 사랑받는다는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인데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받고 있는 <빨래>의 첫 시작이 궁금합니다.

추 : 첫 시작은 제가 7년 정도 살던 자양동 노륜산 시장 근처에서 처음 시작이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동네를 거닐고 있는데 한 몽골청년이 제게 '날씨가 참 좋죠?'라며 인사를 건네더라구요. 그 인사가 너무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작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인사를 시작으로 그 동네에서 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이 작품을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솔롱고로 대표되는 이주노동자들의 삶, 남편의 병수발로는 모자라 마흔이 넘은 딸 아이의 병수발까지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가족에 희생하는 주인할매의 삶, 2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에서 일을 하며 버텨낸 희정엄마의 삶, 그리고 꿈과 희망을 품고 서울에 올라와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나영이의 삶 등 모두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찾기 쉬운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삶. 무엇보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소외 되어진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한 곳에 모아 지금의 <빨래>가 탄생했습니다. 어쩌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더 큰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니까요. 

 

 

V :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뒤로 밀려나고 있는건 그 때나 2023년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풍족해지고 좋아진 듯 하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는 소외되고 외면받고 그렇게 세상에 아픈 곳이 있다는 건 여전히 같으니까요. 아마 그런 점이 2023년에도 여전히 빨래가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 : 결국 사람이 만든 사회이고, 사람이 만들어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또 사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피하게 되고 또 그런 이들에게 우리는 무관심해지게 되죠. 그러면서 소외되어지고 관심을 갖지 않게되면서 삶의 따스함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빨래는 이웃에게 무관심해져가는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사람들 속에서 멀어져가는 이들에게 모두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를 통해 치유받고 이겨내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절이지만, 2023년의 삶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빨래는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겪는 '노동'이라는 접점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각자가 해내고 있는 '노동'의 모습은 다를테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노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간이 겪는 감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테니까요. 세대가 지나고 삶의 모습은 더욱더 다양해지겠지만, 삶의 한복판에서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 답답함, 고단함은 모두 비슷할거에요. 그런 그들의 힘듦을 빨래라는 작품이 위로해주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구요.

 

 

V : 그래서일까요? <빨래>가 중국과 일본에서도 통하는 저력을 보여줬는데요. 사실 한국의 이야기가 생각보다는 세계적으로 통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요. 특히나 공연에서는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 두 나라에도 빨래가 통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추 : 네? 아 저는 처음 듣는 소리여서 순간 놀랬네요. 이게 지금 과거로 오셔서 인터뷰를 하시는거였죠(웃음). 우선 이 작품이 해외까지 진출을 할 수 있었다니 정말 기분이 좋네요. 모든 창작자들의 꿈일텐데 <빨래>가 아주 효자로 잘 성장하고 있군요. 

 

중국와 일본에도 빨래의 이야기가 통했다면, 그건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다르지 않기에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나라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그 맥을 같이 할테니까요. 그들의 삶도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누군가에게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을테니까요. 입는 옷이 다르고, 사는 집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뿐 아마 해외의 관객들도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기에 사랑을 해주시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V :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빨래>라는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추 : 맞아요. 사실 대학로에서 공연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도전인 상황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이 작품을 만든 친구들과 5만원, 10만원 적금을 붓듯이 돈을 모아 공연을 올렸습니다. 참 어렵게 어렵게 공연을 올렸네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빨래>의 이야기의 가능성을 알아봐주셨고 그랬기에 감사하게도 상까지 받을 수 있었죠.

 

다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저희에게는 도전입니다. 마치 나영이와 솔롱고 그리고 <빨래>의 인물들이 그러하듯 저도 저희 스탭들도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희의 이런 소식을 어떻게 아셨는지 제가 살고있는 자취방 주인집에서 보증금을 선뜻 내어주셨어요.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시간이 지날 수록 <빨래>라는 작품은 제가 처음쓰고 제가 만든 작품이지만, 주변의 많은 이들과 함께 키워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프리카의 옛 속담에 그런 말이 있더라구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빨래>라는 작품을 써 내려가면서 처음엔 '내 작품'이었지만, 저와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과 이 작품의 첫 영감을 주었던 동네의 모든 분들이 함께 이 작품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끝에는 관객분들이 또 이야기를 더 해주실 것이기에 앞으로도 <빨래>는 계속해서 자라나는 아이처럼 더 깊어지고 더 바르게 잘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V : 마지막으로 2023년에도 그리고 그 이 후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을 '빨래'라는 작품에게 그리고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한 마디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추 :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삶에서 각자의 고단함을 안고 살아가시느라 많이 지치고 힘드실텐데요. 그럼에도 주변의 사람들과 따뜻한 이야기들로 다시 잘 이겨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사실 믿기지는 않습니다. 2023년이면 아주 먼 미래인데, 그 시절에도 여전히 많은 젊은 청춘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전하고 있다고 하니 참 감사한 마음에 벅차오르네요.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낸 와중에도 <빨래>라는 작품이 위로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작품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뮤지컬 '빨래'는 제 자식과도 같은 아이인데, 앞으로 더 올바른 아이로 자라도록 더 잘 다듬고 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2023년의 <빨래>는 아마 관객분들이 너무나 많은 애정을 주시고 작품 속 이야기에 의미를 더 해주시고 계시기에 잘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주변의 이야기, 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관객 분들의 꾸준한 관심과 애정일테니까요. 앞으로도 꾸준히 뮤지컬 <빨래>가 관객 여러분들께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본 인터뷰는 가상의 인터뷰이며, 기존 뮤지컬 '빨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VAUDEVILLE' Issue No.1 '빨래'는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고 제작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Inspired by 'Magazine B'

 

 

 

 

<참고기사 및 출처>

* 헤럴드 경제 '추민주 연출 “뮤지컬 ‘빨래’ 가깝고 뜨겁게 관객들과 계속 만납니다'

* 한겨레 '뮤지컬 <빨래>... 공연 1000회 돌파'
* 사진출처 : 오픈리뷰 블로그 
* 한국경제 '지우고 털고 세상을 빨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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